노년을 다룬 영화 중에서도 ‘어바웃 슈미트(About Schmidt-2003)’와 ‘인턴(The Intern-2015)’은 각기 다른 시선으로 인생의 후반부를 조명하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두 영화는 모두 은퇴 이후의 삶, 잃어버린 자아, 새롭게 맞이한 관계를 통해 늦은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접근 방식과 분위기, 그리고 인물의 삶을 해석하는 태도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는 두 영화이지만 노년의 삶을 그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두 영화가 노년의 삶을 어떻게 그려냈는지 비교하며,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 통찰을 얻을 수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1. '어바웃 슈미트' 외로움과 내면 여행
‘어바웃 슈미트’는 한 마디로 삶의 허무함과 회한이 얼마나 무거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은퇴한 보험 회사 간부 워렌 슈미트는 오랜 시간 헌신해온 직장에서 밀려나듯 물러난 뒤, 아내와 단조로운 노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내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일상은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남은 것은 허무, 그리고 가족들과의 단절된 관계뿐입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움직이지 않는 감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슈미트는 내내 말을 아끼고,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며, 무심하게 하루를 보냅니다. 하지만 그 안에 쌓여 있는 감정은 후원 아동 ‘은두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조용히 흘러나옵니다. 그 편지는 관객에게 슈미트의 진심을 들려주는 통로이자, 이 영화의 정서적 하이라이트입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잭 니콜슨의 연기력과 더불어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감정 격동 없이도 인물의 삶에 시선을 머물게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저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 천천히 캠핑카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장면들에서 우리는 슈미트의 공허와 생각을 함께 따라가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받은 ‘작은 그림 한 장’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인생의 ‘위로’일지도 모릅니다.
2. '인턴' 유쾌한 회복과 새로운 연결
‘인턴’은 ‘어바웃 슈미트’와는 정반대의 분위기와 태도로 노년을 그립니다. 벤 휘태커는 아내를 잃고 은퇴한 이후 시간의 무게를 견디기 어려워하던 중, 스타트업 기업의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어색함을 느끼지만, 이내 그의 연륜과 신뢰감 있는 태도는 사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자연스럽게 중심 인물로 떠오르게 됩니다. 벤은 내면에 슬픔이 있지만, 이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시킬 줄 아는 사람입니다. 젊은 CEO 줄스와의 관계는 단순한 상사-부하 관계를 넘어, 서로의 인생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따뜻한 우정으로 발전합니다. 줄스는 회사와 가정 모두에서 압박을 느끼고 있었지만, 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인턴’은 현대사회의 세대 간 격차, 일과 삶의 균형, 여성 리더십 등 다양한 주제를 부드럽고 유쾌하게 녹여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메시지는 나이와 상관없이 여전히 배울 수 있고, 연결될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두 영화의 비교
두 영화 모두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삶의 방향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를 강조합니다. 슈미트는 가족과 단절된 채 외롭게 살아가며, 유일한 감정의 배출구로 후원아동에게 보내는 편지를 선택합니다. 직접 만나지도 못한 존재와의 일방적 대화 속에서 그는 감정을 쏟아냅니다. 반면, ‘인턴’의 벤은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회복됩니다. 그는 줄스와의 관계를 통해 다시 삶의 활력을 얻고, 그 에너지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는 인간관계가 어떻게 사람을 살리는지 보여줍니다. 두 영화는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결국 삶에서 중요한 건 ‘연결’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인간관계를 맺는 이유, 그것이 결국 삶을 붙드는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어바웃 슈미트’와 ‘인턴’은 각각의 방식으로 노년의 현실을 담아냅니다. 전자는 삶의 공허함과 회한, 후자는 회복과 재도약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두 영화 모두 인간관계와 감정의 교류가 인생의 후반부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삶의 전환점에 서 있다면, 혹은 가까운 누군가가 노년의 시간에 접어들었다면, 이 두 편의 영화는 좋은 이야기 거리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