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개봉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는 30대 싱글 여성의 고민과 자존감, 그리고 진짜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그린 작품입니다. 헬렌 필딩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르네 젤위거의 열연과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로 세계적인 공감을 얻었습니다.
1. 줄거리 – 웃기고 찡하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런던에 사는 30대 싱글 여성 ‘브리짓 존스’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1년간의 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새해를 맞이하며 인생을 바꿔보겠다는 결심을 한 브리짓은, 체중 감량, 금주, 금연, 그리고 ‘좋은 남자와의 연애’를 목표로 삼지만, 현실은 어렵기만 합니다.
직장에서는 매력적인 상사 ‘다니엘 클리버’(휴 그랜트)와의 위험한 연애가 시작되고, 집에서는 어릴 적부터 알았던 무뚝뚝한 변호사 ‘마크 다시’(콜린 퍼스)와 마주칩니다. 처음에는 다니엘의 달콤한 말과 외모에 푹 빠지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가 가진 이중적인 모습에 실망하게 되죠.
반면 무심하고 까칠하게만 보였던 마크는 점차 브리짓의 진정성을 알아보고 조용히 곁을 지켜줍니다. 이 과정에서 브리짓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을 진짜로 아껴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닫게 됩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영화가 브리짓을 이상적인 ‘주인공’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늘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공적인 자리에서 실수를 저지르며,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런 허점이 많은 주인공에 관객들은 더 큰 공감과 애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영화는 유머와 따뜻함을 통해 “서툴러도 괜찮다”는 위로를 전합니다.
2. 출연진 – 캐릭터와 완벽히 일체화된 배우들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성공에는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든 배우들의 힘이 컸습니다. 특히 르네 젤위거의 변신은 큰 화제를 낳았습니다.
- 르네 젤위거 (브리짓 존스 역)
미국 배우인 르네 젤위거는 이 역할을 위해 체중을 약 10~12kg 증가시켰고, 브리티시 억양을 철저히 연습하며 완벽한 ‘영국 여성’으로 재탄생했습니다. 그녀는 브리짓의 불안정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성격을 세밀하게 표현하며, 현실적인 여성상을 그려냈습니다. 실제로 이 연기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연기력을 인정받았죠.
- 휴 그랜트 (다니엘 클리버 역)
전형적인 로맨틱 주인공이었던 휴 그랜트는 이번 영화에서 매력적이지만 바람둥이 기질이 있는 상사로 등장합니다. 능글맞은 말투와 미소, 외모로 브리짓을 흔들지만, 점차 그의 이기적인 본성이 드러나며 극에 긴장감을 더합니다. 그의 연기는 ‘달콤한 나쁜 남자’라는 새로운 캐릭터의 기준을 제시했죠.
- 콜린 퍼스 (마크 다시 역)
무뚝뚝하고 무심해 보이는 듯하지만 속 깊고 진중한 남자. 콜린 퍼스는 그 특유의 절제된 매력으로 ‘마크’ 캐릭터를 연기했습니다. 그는 브리짓의 단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늘 곁에서 조용히 응원해주는 인물로, 영화 후반부 브리짓의 진정한 사랑으로 자리잡습니다.
마크의 대사 “그 모습 그대로 당신이 좋아요(I like you, just as you are)”는 이후 수많은 팬들의 마음을 울린 명대사로 남아 있습니다.
3. 흥행성적 – 작지만 강했던 영화의 반전 성공
<브리짓 존스의 일기>는 개봉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큰 기대를 받지 않았습니다. 원작 팬들의 우려, 주연 배우 캐스팅 논란 등 다양한 잡음이 있었지만, 영화가 개봉된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 제작비: 약 2,500만 달러
- 전 세계 박스오피스 수익: 약 2억 8,100만 달러
- 북미 흥행 수익: 약 7,100만 달러
- 영국 내 수익: 약 4,200만 파운드 (당시 기준 자국 최고 기록)
비교적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였지만, 입소문과 높은 재관람률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30대 여성 관객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이후 다양한 연령과 팬들을 확보하며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죠.
또한 영화의 성공으로 인해 두 편의 후속작이 제작됐습니다.
-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 (2004)
-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2016)
이들 역시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시리즈 전체가 여성 관객층의 ‘인생 영화’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